[2편] 우리 집 일조량 측정하기: 남향, 동향, 북향별 추천 식물
새로운 마음으로 화원을 방문하면 화려하고 싱그러운 식물들이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 식물은 햇빛을 좋아하나요?"라고 물으면 대개 "네, 창가에 두고 키우시면 잘 자라요"라는 답변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똑같은 창가라도 우리 집이 남향이냐, 동향이냐, 혹은 북향이냐에 따라 식물이 받는 빛의 양과 질은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가드닝을 시작할 때 저는 단순히 해가 잘 드는 곳에 식물을 모아두기만 하면 다 잘 자랄 줄 알았습니다. 동향 집 거실 깊숙한 곳에 햇빛을 아주 좋아하는 다육식물을 두었다가 줄기가 가늘고 길게 웃자라며 볼품없어지는 것을 보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한 첫걸음은 식물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의 '빛'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스마트폰 앱이나 복잡한 기구 없이도 우리 집의 정확한 일조 환경을 파악하는 방법과, 각 방향별 베란다 및 창가 환경에 딱 맞는 추천 식물을 현실적으로 정리해 드립니다.
1. 우리 집 일조 환경 확인하는 가장 쉬운 방법
나침반 앱을 켜고 거실 창문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있거나 앞동에 가려져 있으면 방향과 상관없이 일조량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주말을 이용해 해가 들어오고 나가는 시간을 직접 관찰하는 것입니다.
보통 '양지'라고 부르는 환경은 직사광선이 하루에 4~6시간 이상 지속해서 들어오는 곳을 말하며, '반양지'는 유리창이나 레이스 커튼을 거친 부드러운 빛이 드는 곳입니다. '반음지'는 해가 직접 들어오지는 않지만 형광등 불빛 외에도 낮 동안 밝은 기운이 유지되는 공간입니다. 이 기준을 염두에 두고 우리 집 창가의 방향별 특징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2. 남향(South-facing): 하루 종일 빛이 가득한 축복받은 공간
남향은 아침부터 늦은 오후까지 가장 오랫동안, 그리고 가장 깊숙이 해가 들어오는 공간입니다. 식물을 키우기에 가장 이상적인 환경으로 꼽히며, 웬만한 식물은 모두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체력을 가진 공간입니다.
하지만 남향이라고 해서 만능은 아닙니다. 특히 여름철 한낮의 남향 베란다 창가는 유리창을 통과한 열기 때문에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며, 잎이 약한 식물은 순식간에 화상을 입어 누렇게 타들어 갈 수 있습니다.
추천 식물: 햇빛을 아끼지 않고 받아야 하는 식물들이 제격입니다. 로즈마리, 라벤더 같은 허브류와 유칼립투스, 그리고 강한 햇빛을 받아야 잎의 색이 선명해지는 다육식물이나 선인장 종류를 창가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면 좋습니다. 벵갈고무나무나 여인초처럼 덩치가 큰 관엽식물도 남향에서 무척 잘 자랍니다.
3. 동향과 서향(East & West-facing): 반나절의 강렬한 에너지를 활용하는 곳
동향은 아침 일찍부터 정오 전까지 맑고 시원한 아침 햇살이 깊숙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해가 뜨면서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기 때문에 식물이 스트레스를 가장 적게 받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환경입니다. 반면 서향은 오후부터 해가 질 때까지 다소 강렬하고 뜨거운 오후 햇살이 집중적으로 들어옵니다.
동향과 서향은 해가 머무는 시간이 반나절 정도로 제한적이기 때문에, 하루 종일 강한 빛을 요구하는 식물보다는 적당한 일조량에서도 무난하게 적응하는 식물들이 살기 좋습니다.
추천 식물: 동향에는 아침의 부드러운 빛을 좋아하는 몬스테라, 알로카시아, 그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제라늄이 아주 잘 어울립니다. 서향에는 오후의 뜨거운 열기를 견딜 수 있는 크로톤이나 아가베, 혹은 건조함에 강한 스투키나 산세베리아를 배치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4. 북향(North-facing): 해가 들지 않아도 밝음을 유지하는 그늘
북향은 일 년 내내 직사광선이 거의 들어오지 않는 공간입니다. 하루 종일 어둡고 쓸쓸할 것 같지만, 의외로 하루 종일 급격한 온도 변화 없이 일정하고 은은한 밝음(반음지)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빛이 부족하기 때문에 꽃을 피우거나 다채로운 색을 내는 식물을 키우기는 어렵지만, 울창한 숲속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자라던 본연의 성질을 가진 '음지 식물'들에게는 오히려 천국이 될 수 있습니다.
추천 식물: 빛이 적어도 엽록소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살아남는 식물들을 골라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공기정화 능력이 탁월한 스파티필름, 은은한 무늬가 매력적인 스킨답서스, 그리고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각종 고사리류(아디안텀, 보스턴고사리)가 북향 창가나 거실 안쪽에서도 무리 없이 초록빛을 유지합니다.
[핵심 요약]
식물을 들이기 전, 우리 집 창가에 해가 머무는 시간과 빛의 세기를 주말 동안 직접 관찰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지름길입니다.
남향은 허브와 선인장 등 광량이 많이 필요한 식물에 좋지만 여름철 화상을 주의해야 하며, 북향은 직사광선이 없어도 잘 버티는 고사리나 스킨답서스에 적합합니다.
동향과 서향은 반나절만 빛이 들므로, 공간의 온도 변화 특성에 맞춰 몬스테라나 산세베리아 등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다음 편 예고: 우리 집의 빛 환경에 맞는 식물을 골랐다면, 이제 그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할 '집', 즉 흙을 채워줄 차례입니다. 3편에서는 물 빠짐과 영양을 모두 잡는 배양토, 마사토, 펄라이트의 올바른 특징과 황금 배합 비율을 아주 쉽게 풀어보겠습니다.
댓글 유도 질문: 여러분이 지금 살고 계신 집의 거실 창문은 어떤 방향(남향, 동향, 서향, 북향)인가요? 그곳에서 현재 키우고 계신 식물이 있다면 함께 공유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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